태권도 경기의 심판 판정이 예전보다는 많이 공정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태권도 선수들은 아직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 판정의 신뢰도를 보다 더 높일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달 20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한국대표선발대회에 참가한 대학 선수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63%가 심판 판정을 70% 정도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도표 참조>

반면 <본지>가 지난달 28일 경남 마산에서 열린 제2회 3.15기념 전국태권도대회에 위촉된 대한태권도협회(KTA) 상임심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대학 선수들이 70% 이상 심판 판정을 신뢰할 것이라고 응답해 선수들과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특히 17%의 선수들은 심판 판정을 50%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38%의 심판들은 선수들이 90% 이상 심판 판정에 대해 신뢰할 것이라고 응답, 판정의 신뢰도에 대한 선수들과 심판들의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본지>의 이 같은 설문결과는 120명의 대학 선수들과 21명의 심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설문결과를 전체 선수나 심판의 견해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김철오 계명대 교수가 ‘전자호구 도입에 따른 경기규칙 개정 방향’을 연구하기 위해 102명(태권도전공자와 비전공자 각각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심판 판정을 50%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케 했다.

수년 간 한 방송사에서 태권도를 해설한 A교수는 대학 선수들이 판정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판들 중 86%가 선수들이 90% 이상 판정을 신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면, 그것은 근거도 없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들의 판정을 스스로 평가하자는 발상”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렇다면 심판부 관계자들은 이런 판정의 불신 풍조를 어떻게 생각할까? KTA 심판분과의 한 관계자는 심판 판정의 신뢰성에 대한 선수들과 심판들의 인식 차이에 관해 “아직도 선수들의 심리에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권위적인 경기장 문화와 그로 인해 잠재된 피해의식, 그리고 심판들은 원래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도 이제는 심판들에게 피해를 당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심판들도 공정한 판정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며, 개선책을 찾고 있다. 이런 노력에 대해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A는 공정한 판정 문화를 정착시키고 심판 판정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방안으로 현재 ‘전임심판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태권도 경기인들은 심판 판정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집행부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심판들의 자구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는 “판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우선 심판교육 내용부터 달라져야 한다. 수신호 등 규칙을 숙지하는 정도에서 탈피해 선수들의 모의경기와 영상자료를 토대로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병관 용인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문제가 있는 심판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전정우 경희대 교수는 “심판들이 오판하면 판정을 번복하고 해당 심판을 심판위원장의 직권으로 징계하는 등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판정 시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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