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법이 개정되면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방과 후 학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본지 2월 26일자 참조>

‘방과 후 학교’에는 학생들의 특기 적성 계발의 일환으로 태권도가 채택돼 몇 년 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일부 초등학교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실정에 대해 일선 태권도장 관계자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충남 천안의 한 관장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도장을 망하게 할 셈”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본지>는 ‘방과 후 학교’ 태권도 수업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우선 서울지역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탐문 취재를 했다. <편집자>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A초등학교 태권도실. 태권도를 가르치는 강사도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의 복장은 제각각이었다. 도복을 입은 학생들은 3명 남짓. 낡고 허름한 교실을 개조한 태권도실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태권도를 배우고 있었다.

이곳은 학교 측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외부 강사를 선발해 3개월 단위로 교내 학생들의 접수를 받아 일선 도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4만원의 수강료를 내면서 운영되는 ‘방과 후 학교’ 태권도 수업이다.

태권도 수업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표면적으로 보기엔 태권도 기본동작과 발차기와 품새를 가르쳐 여느 태권도장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수업 분위기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대다수 일선 도장처럼 구체적인 수련 계획표도 없고, 발차기와 품새 등 기능적인 것과 가르쳐 인성교육과 생활예절, 사회성 함양 등 일선 도장에서 폭넓게 다루고 있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1시간 동안 이뤄진 수업은 대체로 강사의 즉흥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으로 진행되고 매번 반복되는 수업 내용으로 학생들이 지루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A초등학교 태권도실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 도복을 입지 않고 태권도를 배웠다.

● 주 4회, 4시간 교육해 월 1,920,000원 수입

A초등학교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은 한 달에 40,000원(이중 0.4% 세금공제)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방과 후 학교’의 태권도 강사는 현재 50명의 학생들을 확보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주4회 교육해 월 1,920,000원을 번다.

100명을 확보할 경우, 3,840,000원의 수익이 보장되는 되는 셈. 학교별 교육 인원수는 제한이 없다. 태권도학과를 나온 사범의 월평균 급여가 140여 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고소득을 올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학교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K씨는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려 하는 열의가 조금 부족하다. 실정이 열악해 혼자만의 힘으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방과 후 태권도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52명. 신학기가 시작된 3월 19일 이후에는 학생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의 방과 후 태권도 수업도 A학교와 비슷하다.

● “다른 도장과 똑같이 가르친다” 학부모 만족 

A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태권도 수업을 참관한 한 학부모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다른 태권도장도 다녀 봤지만 방과 후 태권도에서도 똑같이 태권도를 가르친다. 게다가 수강료가 반값도 안 된다”며 만족했다.

태권도실 벽면에 걸려있는 2006년 승품심사 합격자 명단에는 1품 7명, 2품 16명, 3품 4명으로 응시자 27명 전원이 합격했다는 명단이 걸려있었다. 기존 도장과 승품심사 부분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사례다.

또 매달 승급심사와 연간 3회의 참관수업으로 학부모들의 수업 참관 기회를 제공해 자녀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기존 도장과의 별 차이가 없다.

● 일선 도장, 방과 후 태권도 수업 우려 

A초등학교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K씨는 “이 지역에서 승품심사를 보게 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잘 아는 다른 시의 도장과 연결해 심사를 볼 수 밖에 없다. 주변 도장에서 견제가 너무 많아 미운털이 박혔다”고 토로했다.

한 예로 서울 종로구 C초등학교의 방과 후 태권도는 학교 인근의 도장 관장이 자신의 수련생들이 계속 빠져 나간다며 방과 후 태권도를 시행하는 학교를 직접 찾아가 거칠게 항의, 방과 후 학생들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한편 서울 광진구의 D초등학교에서 주2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C씨는 태권도 수업을 취해하겠다는 요청에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 오늘 하지 못한 수업은 다음에 보강하면 된다. 취재하러 오면 많이 불편하다”고 말해, 언론을 통해 방과 후 태권도수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경계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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