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천 국기원 이사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취임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홍 이사장은 지난 7월 14일 국기원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 이어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정관에 따라 이사장 승인을 받았다.

2016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국기원 이사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밝히고 있는 장면.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서는 “태권도를 위한 마지막 봉사 기회라 생각하고, 태권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국기원, 존경받는 국기원으로 바로 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일성을 전했다.

그런데, 특수법인 국기원의 법인 대표인 홍 이사장이 여태 세계태권도연맹(WTF) 집행위원을 사퇴하지 않고 있다.

WTF 집행위원회는 국기원 이사회에 준하는 기구이다.

이로 인해 국기원 안팎에서는 홍 이사장이 WTF 집행위원을 유지하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기원 내부에서는 누구하나 홍 이사장에게 이와 관련한 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 세계기구로 스포츠 태권도를 맡고 있는 WTF와 세계 태권도, 특히 무도 태권도의 본산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국기원의 단체 간 위상에 비추어 국기원 이사장이 WTF 집행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홍 이사장은 지난 2013 푸에블라서 열린 집행위원 선출 선거에서 낙선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013년 11월 이규석 WTF 집행위원이 아시아태권도연맹(ATU) 회장에 선출되면서 사퇴, 공석이 된 집행위원 자리를 ATU 수석부회장 자격으로 이어 받아 현재까지 집행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이사장이 스스로 집행위원직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홍 이사장이 국기원서 실권이 없는 이사장이기 때문에 WTF 집행위원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는 WTF 집행위원직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 세계태권도의 본산을 자처하는 특수법인 국기원의 법인 대표로서의 가치 판단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 홍 이사장의 선출은 임시이사회 전 윤곽이 대략 드러나 있었다.

따라서 홍 이사장은 국기원 법인 대표 자리를 수락할 것인가의 결정을 두고 WTF 집행위원 자리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이미 감수했어야 한다.

국기원의 이사장이 단체 간 동등하다고 판단되는 위치에 있는 WTF 집행위원을 유지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균형이 맞지 않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홍 이사장은 여전히 ATU 수석부회장직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태권도재단 이사장도 여전히 겸하고 있다.

필리핀태권도재단은 지난해 6월 필리핀태권도협회로부터 지역 내 승(품)단 심사 및 지도자연수교육, 한마당, 국기원컵 등 무도 대회 개최의 전권을 위임받아 국기원과 MOU를 체결했다.

현재는 승(품)단 심사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예를 들어 한마당 혹은 국기원컵 대회를 치를 경우 예산을 지원하는 국기원 법인 대표와 예산을 지원받는 필리핀태권도재단의 대표가 자웅동체가 되는 형식적, 실질적 모순이 발생한다.

2013년 푸에블라서 열린 WTF 집행위원 선출 총회 장면.

오현득 국기원장 역시 행정부원장 시절 얻은 WTF 집행위원 자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부원장이 공식인 상태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당연직 개념의 이 자리는 국기원 이사장과 원장의 추천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오 원장이 WTF 집행위원 자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WTF와 국기원의 관계는 WTF와 대륙연맹, 혹은 국가협회와의 관계와 다르다.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시도협회와의 관계와도 다르다.

국기원의 법인을 대표하는 이사장과 행정을 책임지는 원장, 이 두 사람이 과연 언제쯤이면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격에 맞는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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