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에는 누구나 졸음을 느낀다. 식곤증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점심때의 졸림은 상당히 보편적인 현상이다.

즉 이러한 현상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나며 많은 문화권에서는 ‘씨에스타’라고 하여 아예 이 시간을 낮잠시간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면 점심식사 후에는 왜 졸릴까? 물론 식사를 소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피가 위장으로 몰려 뇌로 가는 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김수영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그러나 꼭 그 이유가 전부라면 아침식사나 저녁식사 이후에도 졸려야 할 터인데 아무래도 점심시간 이후의 졸림만은 못하다.

이러한 현상의 해답은 우리 몸에 있는 시계에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체온을 계속 재 보면 우리 몸의 체온은 저녁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가 가장 낮고, 그 다음으로 낮 12시를 전후해서 낮다. 체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호르몬(멜라토닌, 성장호르몬, 스트레스 호르몬 등), 신체 기능 등은 대개 24시간을 주기로 바뀐다.

점심시간을 전후한 시간은 우리 몸이 자동적으로 야간과 비슷한 상태로 몸의 기능을 맞추어 버린다. 그래서 이 때 인간은 가장 심한 졸림을 느낀다. 이처럼 우리 몸에 여러 가지 기능과 작용이 일정한 시간을 주기로 움직이는 것을 인간의 ‘생체시계’라고 한다.

이러한 생체시계는 물론 지구의 자전으로부터 생기는 낮과 밤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인간의 생체 시계는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난 소극적인 반응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낮과 밤의 구별이 전혀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도 생체 시계는 여전히 작동하여 여러 가지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외부에서 빛과 어둠의 구별이 없는 상태에서는 우리 몸의 주기는 25시간으로 24시간 보다 1시간 늦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시계는 원래 25시간에 맞추어져 있는데 외부의 시간 변화에 의해서 내부 생체시계를 24시간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우선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하루 주기를 짧게 하는 것보다는 길게 하는 것이 훨씬 견디기 편해진다. 다시 말해 자는 시간이 11시에서 6시까지인 사람이 수면시간을 12시에서 7시까지로 바꾸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수면시간을 10시에서 5시로 바꾸기는 아주 힘들다.

그래서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경험하는 바와 같이 아침, 저녁, 야간작업의 순서로 근무를 교대하는 것이 저녁, 아침, 야간작업의 순서로 교대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견디기 쉽다. 왜냐하면 전자의 형태가 하루 주기를 길게 하는 형태로 적응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여행을 여러 차례 해 본 사람들은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 보다 시차에 잘 적응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것도 역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하루 주기를 길게 하는 것이고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하루 주기를 짧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영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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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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