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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자호구, 갈 길 멀다
  • 김창완 기자
  • 승인 2007.03.12 14:43
  • 호수 537
  • 댓글 0

전자호구 개발업체인 라저스트 스포츠社, 전 세계 180여개 회원국을 둔 WTF(세계태권도연맹).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WTF 전자호구 국제태권도대회' 실패를 주도한 주인공들이다. 대회에 사용해야 할 전자호구는 대회 전날 심판교육 때에 맞춰 간신히 도착했다.

대회 계획도 이미 3~4개월 전에 잡혔다. 하지만 대회가 임박해서야 조직위를 가동하다보니 졸속으로 치른 대회라는 인상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무대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나타난 이들의 공통점이다.

결국 WTF가 심판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추진해온 전자호구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5월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 전자호구 도입을 위한 마지막 점검차원으로 치러진 첫 국제대회가 실패로 끝난 이상 다시 태권도인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대륙연맹이 전자호구를 도입해 대회를 치를 경우 WTF가 이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성공할 가망이 적은 일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호구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던 KTA도 이미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렇다면 이번 전자호구 실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일단 제품에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제품을 평가하는 품평회는 있었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회가 없었다.

때문에 품평회에 참가한 업체들이 개발한 제품들 중 라저스트 스포츠가 개발한 전자호구를 선정했지만 역시 실용화 단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KTA가 2003년 연세대학교총장기대회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해 대회를 치렀지만 당시는 헤드기어와 경기용 장갑을 뺀 몸통보호대만 착용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이후 전자호구는 전혀 기술발전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상대방이 다운이 될 정도로 강한 얼굴공격이 적중했는데도 점수는 표출되지 않았다. 게다가 헤드기어를 포함한 전자호구를 착용한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로봇을 보는 듯했다. 그만큼 둔해보였다는 뜻이다.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큰소리치기 보다는 기술적 보완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WTF는 이번 대회에 대한 태권도인들의 비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WTF가 과연 전자호구 도입의 진정성에 의부분호를 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자호구 도입에 따른 부심의 역할 등 경기규칙 개정이 필요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룰을 그대로 적용했다. 도복에 의해 센서 부위가 가려지면 정확한 가격이 이뤄져도 점수가 인정되지 않고, 몸통이든 머리든 득점부위에 일정정도 이상의 가격이 이뤄져도 센서끼리 부닥치지 않을 경우도 점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기본상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르는데 필요한 경기규칙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회가 끝나기도 이전에 성급하게 전자호구 도입 연기를 결정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업체관계자와 전자전문가, 태권도 관계자들을 포함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발표해도 문제가 없었다.

WTF 조정원 총재가 전자호구 도입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조 총재는 최근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베이징올림픽에 전자호구 도입을 위해서는 지난해 말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새로운 경기규칙과 방법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를 보면 조 총재는 이미 베이징올림픽은 포기한 상태에서 태권도인들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전 세계 스포츠 인사들에게 관심의 초점이 되고자 대회를 개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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