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그랜드슬램 놓쳤지만 한국 태권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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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그랜드슬램 놓쳤지만 한국 태권도 살렸다품격으로 위로 받은 한국 태권도...변화의 씨앗 틔워야

리우=양택진 기자
승인 2016.08.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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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이 그랜드슬램을 놓쳤다.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이자 4년 전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금빛으로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과 우리의 기대는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대훈은 그랜드슬램을 놓쳤지만 가장 극적으로 한국 태권도를 살렸다.

남자 -68kg급 동메달을 차지한 이대훈(오른쪽 첫 번째)의 시상식 장면.

비록 8강전서 패했지만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고, 먼저 다가가 상대의 손을 들어주며 환하게 승리를 축하하는 그의 품격은 승자 이상의 것이었다.

패자부활전으로 다시 등장, 태권도가 얼마나 재미있는 스포츠인지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멋진 경기를 고집한 그의 모습에 많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상대의 강함으로부터, 경기를 즐기는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의 태도는 승자와 패자 이전의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가장 다가서 있었다.

지난 밤 브라질 리우 까리오까 아레나Ⅲ. 이대훈은 한국 태권도에 누구도 흉내조차 내지 못할 가장 큰 선물을 안겼고, 우리는 그로부터 위로받았다.

대회 다음날 만난 이대훈의 표정은 밝았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리우를 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음 올림픽을 이야기 하는 것보다 태권도 선수를 하는 동안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태권도를 하고 있는 어린 후배들이 태권도를 계속 할 수도,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갈 길은 스스로 개척했으면 좋겠다. 누가 시켜서 하는 태권도가 아니라 스스로 말이다. 스스로 개척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선은 모방해야 한다. 만일 어제 내 경기를 봤다면, 그리고 그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모방하고, 또 내 모습 중에 안 좋은 모습이 있었다면 배우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나는 또 배울 것이고, 더 나아질 것이다. 변하는 건 없다.”

이제 이대훈에게 위로 받은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한국 태권도는 이대로 괜찮은가?

입시와 진학, 그리고 돈에 매몰되어 선수의 개성과 인격이 무시되고, 가장 보편적인 스포츠의 하나가 된 태권도가 종주국에서는 여전히 틀에 박힌 구습과 삐뚤어진 문화에 찌들려 오히려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때려야 이기고, 이겨야 대학가는 현실에서 선수들은 태권도, 아니 스포츠 그 본질에 다가서지 못하고 승부에만 집착하는 코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코트에 마주 선 상대와 상대의 세컨드뿐만 아니라 내가 믿어야 할 내 뒤에 선 이들이 더 무서운 종주국의 코트를 이제 바꾸어야 한다.

내 선수를 조져서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영감이 선수에게 투영되어 코트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이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킨 것을 하지 않아서 경기장 밖에서 얻어 터지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제자를 위해 그런 것이라는, 나중에 다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는 위선도 이제 쓰레기통에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