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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은 군대도 조폭사회도 아니다
  • 서성원 기자
  • 승인 2007.03.12 14:28
  • 호수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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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봄이다. 대학 캠퍼스에도 봄이 왔다. 새내기들의 활기찬 발걸음과 부푼 희망이 봄이 왔음을 웅변(雄辯)해 주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현실은 밝지도 않고 희망적이지도 않다.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 사회에 쓴소리를 많이 하는 박노자 교수(러시아계 귀화인)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 대학에는 아직도 봉건적인 잔재가 남아 있다.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는 여전히 교수와 조교(학생), 선배와 후배의 주종 질서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군대보다는 덜하겠지만, 속된 말로 ‘까라면 까야’ 하는 상명하복도 여전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 문화에는 군대 문화와 조폭 문화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횡행하는 건 아닐까.

이런 풍토에 대해 박노자 교수는 한국 대학에는 규율(規律)과 복속(服屬)의 전근대성이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자는 이 말에 동감한다. 그래서 지난 2005년 <기자수첩>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각 대학의 태권도 전공 학과는 어떨까. 아마도 군대 문화와 조폭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활개를 칠 것이다.

서열이 높은 교수는 서열이 낮은 교수를 함부로 대하고 선배는 병장처럼, 1학년은 이병처럼 행동할 것이다.

선후배 위계질서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혹은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여러 번 집합시킬 지도 모른다.

이런 풍토에 대해 몇 몇 교수와 학생들은 “예전부터 내려져온 전통이다” “학교에도 질서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와 같은 상명하복의 서열화와 계급성은 많은 병폐를 낳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학번에 의해 좌우되는 선후배의 서열 관계는 군대의 ‘짬밥 문화’와 다를 게 없다. 선배의 눈 밖에 나는 것이 두려워 선배를 만나면 ‘독일 병정’처럼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학은 군대도 아니고, 조폭사회도 아니다. 억압, 복속, 폭력 등의 관행이 태권도 관련 학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학 사회는 더욱 황폐화, 획일화될 것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진취적인 태권도인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선후배 사이의 예의범절과 위계질서는 있어야 하고,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더 더욱 이런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후배들의 자율과 인권을 침해한다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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