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열린 ‘제14회 우석대학교총장기 전국태권도대회’ 남자 고등부 미들급 결승전에서 쌍둥이 형제가 맞붙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이수관(형), 수범(동생) 태권형제.

경남체고 이수관(왼쪽)과 마산 구암고 이수범.

이미 국내 무대에는 쌍둥이 고혁재, 호재(전남체고 졸업, 현 한국체대) 형제가 주목을 받아 지금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수관, 수범 형제는 혁재, 호재 형제와 달리 소속이 다른 팀에서 한 체급서 경쟁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형 수관은 경남체고, 동생 수범은 마산 구암고에서 국가대표 꿈을 키우고 있으며, 중학교 역시 내서중과 경운중에서 경쟁했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장 관장님의 영향을 받아 다른 소속팀으로 갈라진 쌍둥이는 고등학교 진학 당시에는 아버지의 의견을 따라 소속 학교를 달리했다.

단 3분 차이의 수관, 수범 형제는 무뚝뚝한 성격은 물론 생김새도 여느 쌍둥이와 다르게 유난히 똑같다.

경기 스타일도 비슷하고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전국대회에서 4차례(형 이수관 3승 1패) 맞붙은 적이 있는 수관, 수범 형제의 5번째 맞대결은 우석대총장기 미들급 결승전.

설렁설렁한 결승전이 예상되었으나 굉장히 거세고 말 그대로 ‘한판 제대로 붙은’ 명승부였다.

쌍둥이 수관(왼쪽), 수범 형제의 우석대총장기 미들급 결승전 장면.

관중석에서 만난 쌍둥이 아들의 어머니 정순례 씨(41)는 “기쁨보다는 마음이 아프다. 승리를 두고 아들들이 치고받고 싸워야 하는 것이 보기 힘들다. 그러나 수관이, 수범이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 거기에 만족한다. 동생 수범이가 결승전에서 응원 부탁을 했는데 승패를 떠나 아들들이 경기장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기가 시작되고 2회전까지 거칠게 몸통공격을 주고받으며 동생 수범이 5대 3으로 앞섰다. 3회전에서도 역시 수범이 착실히 득점을 뽑았지만 형 수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수범이 접근전에서 몸통공격을 계속 노리자 수관이 오른발 얼굴 내려찍기로 동생의 턱을 돌렸다. 아쉽게 반칙행위 후 공격 판정을 받아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형 수관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3회전 막판까지 수관이 맹공격을 펼쳤지만 결국 15대 10으로 동생 수범이 승리했다.

승패를 떠나 쌍둥이의 경기는 아름다운 ‘형제의 난’이었다.

같은 소속팀 간 맥 빠지는 경기나 메달 물려주기 등 바람직하지 못한 경기장 문화를 뒤집어버린 쌍둥이의 맞대결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수관, 수범 형제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특히 한국에서 A급 선수층이 얇은 미들급을 뛰고 있고, 어린 시절부터 전국대회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기대주로 주목해야 할 태권형제다.

시상식 후 어머니 정순례 씨와 쌍둥이 아들 수범(동생, 왼쪽), 수관 형제.

대학 진학도 무난할 전망인 수관, 수범 형제.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 국내 최고 무대인 한국 대표선발전 결승전에서도 ‘청’ 이수관과 ‘홍’ 이수범이 제대로 맞붙기를 기대해본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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