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코앞에 두고 겨우내 움츠렸던 태권 전사들의 봄기지개가 요란하다. 남녘 봄바람이 간지럽던 지난달 27, 28일 한 해 동안 종주국 대표의 영예를 짊어질 16명의 태권 전사들이 힘찬 발차기로 2007년 태권도 시즌을 활짝 열었다.

남자 미들급 패자전 경기에서 이재성(왼쪽·경남태권도협회)이 이태상(한국체대)에게 왼발 뒷차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가 국기원에서 주최한 2007년도 국가대표 선수선발 최종대회에서 최연호(국군체육부대), 고준호(단국대) 등은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남녀 각 체급 정상에 올라 오는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18회(여자 10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케 됐다.

한국체대는 이번 선발대회에서 남자 미들급 박민수와 헤비급 남윤배, 여자 핀급 박회지와 웰터급 황경선 등 모두 4명이 선발되며 남녀 각 체급에서 고른 성적을 거뒀다.

실업팀 명가(名家) 한국가스공사와 삼성에스원도 각각 3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가스공사는 남자부 플라이급 이순재와 페더급 송명섭, 웰터급 장창하 등이 1위를 했고, 삼성 에스원은 남자 밴텀급 손태진과 여자 페더급 이성혜, 미들급 이인종 등 3명이 1위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을 끈 선수는 남자부 핀급의 최연호(국군체육부대)와 라이트급의 고준호(단국대), 여자부 플라이급의 장은숙(인천시청)과 웰터급의 황경선(한국체대).

지난 2001년과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던 최연호는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당시 팀 동료였던 김진희에게 석패,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꿈을 접었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자격을 다시 획득함에 따라 3번째 세계정상에 도전하게 됐다.

고준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용인대 이용열을 예선에서 제치는 등 A급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풍생고 시절, 경기력을 인정받았으나 전국대회 금메달이 없어 A급 대학과 실업팀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쓰라림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이번 선발대회에서 고준호는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사 스카우트의 손을 내민 단국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상에 오르며 단숨에 ‘단국대 간판 선수’가 됐다. 김세혁 삼성에스원 감독도 고준호에 대해 “고교 시절에도 경기를 곧잘 했다”며 “실력으로 라이트급을 우승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한국 여자부 간판선수인 황경선은 여자부 웰터급 결승에서 경희대 서소영에게 3회전 종료직전까지 6-9(-2점)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종료 1초를 남기고 천금같은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서든데스)에 돌입, 자신의 주특기인 왼발 몸통돌려차기로 경기를 끝냈다.

남자 라이트급 결승에서 우승한 고준호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연이은 슬럼프로 은퇴를 고려했던 장은숙은 플라이급에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체대 후배인 권은경과의 맞대결에서 3번 모두 패해 자존심이 상했던 장은숙은 이번 승리로 설움을 날려버렸다.

장은숙은 우승이 확정된 후 대기실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자주 지다보니, 이번에도 크게 자신을 갖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 우승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선발대회 각 체급에서 우승한 대표 1진은 4월 중순 태릉선수촌에 입촌,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남녀 종합우승을 목표로 합숙훈련에 돌입한다.

김무천 KTA 운영부장은 지난달 28일 시상식이 모두 끝난 후 입상자들을 불러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1위 선수들이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하는 등 결원이 생길 경우, 해당 체급의 2위 선수가 참가하게 된다”며 “몸 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했다. 또 올해 대표 1진이 참가하지 않는 국제대회에는 2위 선수들을 한국대표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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