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제51회 대통령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겸 2017년도 국가대표 선수 선발 예선대회‘ 남자 고등부 –54kg급 64강전.

세컨드석에 앉은 지도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신경전을 벌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학교, B학교 선수는 문제없이 선수대기실과 검사대를 통과, 3코트에 대기 배정을 받고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A학교 감독과 지도자가 전자호구 문제에 대해 항변하고 있다.

A학교 지도자가 이미 검사가 끝난 호구 끈에 손을 댄 것. A학교 지도자에 따르면 “선수가 ‘가슴이 답답하다’라고 했다. 그래서 느슨하게 해주려고 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했다.

B학교 지도자의 의견은 달랐다. “호구 끈을 느슨하게 하고 호구에 손을 대는 것은 이미 장내방송과 경기 시작 전 지도자 교육에서 금지 행위로 정했다”고 밝혔다.

B학교 지도자는 A학교 선수의 실격을 요구했고, A학교 지도자는 “증거도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호구를 만졌다고 하면 다 믿을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은 심판부와 경기부의 판정이었다. A학교 선수에게 감점 1점만 부여되고 경기가 속개됐다. 결국 경기규칙에도 없는 판정을 내린 것.

B학교 지도자는 그때까지도 판정에 불만이 있었다. 또한 B학교 지도자 뿐 만 아니라 다수의 지도자들이 “A학교 선수의 실격이다. 증거가 있다. 감점 1점만 받으면 우리도 호구에 손을 대고 감점 받고 하겠다”라며 입을 모았다.

2016년 경기 규칙에 따르면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검사대 통과 이후 보호장비를 임의로 수정하는 경우 경기감독위원회에서 별도로 제재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 강석한 심판위원장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점 1점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실격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속개된 경기는 1회전이 끝나고 다시 중단되었다. 양측 지도자들이 본부석으로 나와 서로의 입장을 주장했고, 흥분은 더욱 고조되었다.

“A학교 지도자가 호구를 만졌다”며 소수지만 용기 있는 타 학교 지도자들도 본부석으로 나와 진술서를 작성했다.

2016년 경기규칙 내용.

대한태권도협회(KTA) 윤웅석 의장은 “A학교 지도자가 호구에 손을 댄 것은 사실이다. 호구에 손을 대면 무조건 실격이다. 호구에 문제가 있으면 경기부에 말하면 될 것을 지도자가 직접 해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시작됐고, 1회전도 끝났다. B학교 지도자가 경기가 속개되지 않도록 감점을 인정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경기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양측 지도자가 다시 세컨드석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충돌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거센 신경전은 분명했다. 경기 중간에도 A학교 지도자는 B학교 지도자를 향해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던졌다.

경기는 B학교 선수가 골든포인트로 승리했다. 그리고 A학교 지도자가 B학교 지도자를 밖으로 불러내는 행동을 보였다. A팀 감독이 따라 나가 싸움을 말리고 화해는 시켰지만 승리만 집착하는 엘리트계 현실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A학교 지도자의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다. 타 학교 지도자들의 말에 따르면 “전국체전에서 마우스피스 미착용, 발등 테이핑 문제, 이번 호구 문제까지 모두 A학교 지도자 때문에 나온 얘기다”라며 A학교 지도자를 질책했다.

물론 최근 수년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A학교에 대한 질투도 분명 섞여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또 있다. 소식을 접한 대학, 실업팀 몇몇 선수들은 “대기할 때 호구 다시 묶어도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이번 대회부터는 다시 묶으면 안되겠다”고 전했다.

부별 경기규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심판부와 경기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매년 초 경기규칙 강습회 이후 계속 변화하는 규칙에 대해 지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고, 그만큼 임원까지 불신하고 있다.

결국 모든 상황을 관중석에 앉아있는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지켜봤고, 비겁한 행동과 승패에만 빠진 지도자들에게 오늘도 선수들은 발차기를 배웠다.

페어플레이보다 승리가 중요한, 발차기는 그럴싸하지만 현실은 볼품없는 종주국 태권도 경기장의 현실이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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