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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점 ‘샷건’ 김태훈 그랜드슬램 도전[리우올림픽 특집 남자 ③] 남자 -58kg급 김태훈
  • 양택진 기자
  • 승인 2016.07.08 10:30
  • 호수 874
  • 댓글 0

지난달 27일 오후 태릉선수촌 태권도 훈련장, 김태훈(23, 동아대)의 타점 높은 몸통 앞돌려차기가 사각미트를 연신 두들긴다.

국가대표 4년차, 2013년 첫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거머쥐며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쉬어보지 못했다.

뒤돌아 볼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고, 이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도착점인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4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목표가 있어 버텨 낸 4년...김태훈의 시곗바늘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사각미트를 향해 파고드는 각오와 함께 점점 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편집자주

“단 한 번만이라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는 소년은 이제...

광복절에 태어나 두 살 터울의 누나 김나연을 따라 태권도 선수의 길로 들어선 김태훈. 평원중을 거쳐 강원체고를 다니던 ‘강원도 소년’ 김태훈의 꿈은 소박(?)했다.

리우올림픽 태권도 한국 남자 -58kg급 국가대표 김태훈.

“운동 그만둘 때까지 딱 한 번만이라도 국가대표 1진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청소년 대표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해 그랬던 것 같다. 솔직히 그때는 무슨 대회가 큰 대회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첫 국가대표 1진이 되니 태릉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매년 국가대표 평가전 때마다 그랬다. 다른 선수가 대표가 되어서 1등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동아대 새내기로 첫 국가대표에 선발된 김태훈은 2013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정상을 차지하며 단숨에 국내 수준을 벗어났다. 당시만 해도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이 가장 확실시되었던 이대훈(한국가스공사)과 함께 리우올림픽 출전 0순위로 떠올랐다.

신장 184cm, 끊임없는 압박을 베이스로 한 고타점 공격력, 그리고 영리한 경기 운영은 세계선수권 4연패 최연호(조선대 감독) 이후 한국 태권도 남자 최경량급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이어 2014년 우즈베키스탄 아시아선수권과 인천 아시안게임, 2015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서 2연패, 그리고 2015 멕시코시티 그랑프리파이널서는 남자 -58kg급의 ‘난공불락’ 이란의 파르잔 아수르 자데 팔라흐를 꺾으며 올림픽랭킹 1위로 리우올림픽 자동출전권을 확정지었다.

단 한번이라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싶었다는 소년은 어느새 청년이 되었고, 지금 그의 시선은 8월 17일(현지시각) 바르라 올림픽 파크 내 까리오까 아레나Ⅲ 결승전에 맞춰져 있다.

주고받은 1승 1패...결론은 리우서 낸다

2014년 12월 3일(현지시각) 멕시코 깨레따로 그랑프리파이널 남자 -58kg급 준결승전.

남자 -54kg급을 평정한 한국 김태훈과 -58kg급 난공불락의 주인공 이란의 파르잔이 드디어 올림픽 체급서 처음으로 코트에 마주섰다.

결과는 3회전 16대 4, 충격적인 김태훈의 점수차패. 경기 전문가들 상당수가 6대 4 정도로 김태훈의 열세를 전망하긴 했지만 점수차로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웜업장에서 만난 김태훈의 얼굴 역시 차갑게 굳어 있었다. 한참 동안을 자신의 태권도화를 바라본 김태훈은 “왼쪽 태권도화에 쓰인 ‘앞발’이라는 글자를 이제 오른쪽 태권도화에 써야겠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5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 그랑프리파이널. 1년 만에 다시 김태훈이 파르잔과 결승전서 맞섰다.  

파르잔을 대비해 준비한 오른발을 앞에 놓는 왼폼 전략의 훈련 효과를 검증하는, 그리고 리우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실전이자 자신감 회복의 무대였다.

3회전 종료 4초 전, 경고 감점으로 1점 뒤지고 있던 상황. 파르잔이 주 폼인 왼폼을 오른폼으로 바뀌는 순간 김태훈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발 위치를 확인했고, 왼발 돌려차기를 파르잔의 턱에 꽂으며 1년 전 패배의 설욕과 함께 대 파르잔 전략의 성공을 확인했다.

2015년 멕시코시티 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전서 김태훈(왼쪽)이 이란 파르잔의 안면에 공격을 성공시키는 장면.

“2014년 수조 그랑프리서 우승하긴 했지만 이후 그랑프리서는 주로 3등에 머물렀고, 주변에서도 내가 올림픽은 나가도 금메달을 딸 거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그 어떤 가능성을 증명해야 했다. 파르잔을 이기면서 가능성이 생겼고, 자신감도 생겼다.”

소속 학교이자 강화훈련단 이동주 코치 역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코치는 “지난 4월 스페인 전지훈련서 파르잔과 스파링을 통해 확신을 얻었다. 올림픽에서 파르잔과 다시 만나도 자신있다. 깨레따로 그랑프리파이널을 전후해 정체기를 겪었지만 결국 파르잔에게 설욕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기대해도 좋다”고 밝힌다.

목표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슬럼프는 없다.

김태훈은 대학 4년을 내내 태릉선수촌에서 지냈다. 숱한 메이저 국제대회서 증명한 기복없는 경기력은 그의 가장 큰 무기이자, 팬들의 신뢰였다.

물론 그동안의 강도 높은 훈련과 올림픽 레이스가 힘들고 답답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태훈의 대답은 달랐다.

“답답하지 않았다. 시합이 끝나면 형들하고 잠깐씩 밖에 나가기도 했다. 물론 계속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편하게 쉰 적은 없었다. 다만 매번 평가전을 준비하면서도 그랬고, 또 국제대회를 출전하면서 늘 나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목표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나에게도 슬럼프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잘라 말한다.

김태훈의 태릉선수촌 훈련 장면.

김태훈의 또 다른 버팀목은 ‘쓰리 훈’, ‘훈남 브라더스’로 불리는 이대훈과 김훈(삼성에스원)이다.

함께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이대훈은 김태훈의 룸메이트이자 자극제, 그리고 김훈은 김태훈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든든한 형이었다.

리우올림픽 남자 -68kg급 출전권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두 형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김태훈이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그늘이 되었다.

기사를 마치며...

“리우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고,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 마음을 팬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김태훈이라는 태권도 선수가 있었다고 사람들이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친 김태훈.

김태훈은 정말 ‘욕심’이 많은 선수다. 그리고, 큰 대회일수록 오히려 세컨드보다도 더 긴장하지 않는 단단한 심장을 갖고 있다. 그의 욕심과 단단한 심장이 오는 8월 리우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근거있는 기대를 가져본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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