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A(대한태권도협회)는 최근 2007년도 국내 태권도대회를 이끌어나갈 상임심판 103명의 선발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27일부터 양일간 국기원에서 벌어지는 '2007년 국가대표선발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이번 상임심판 선발은 과거와는 달리 기술전문위원회 의장, 부의장, 심판분과 위원장 등을 포함한 7인 '상임심판선발위원회'의 작품.

그동안 상임심판을 선발해 온 과정을 보면 전무이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전무이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상임심판선발위원회 한 위원은 "전무이사는 선발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을 뿐 선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상임심판 선발권한은 물론 운영까지도 심판분과에 독립권을 부여하겠다는 전무이사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반면 독립권을 부여한 만큼 올해 심판판정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 또한 강하게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무이사가 상임심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부터 각종 국내대회에 파견할 심판위촉까지 직접 관여해왔다. KTA의 오래된 관행이었다. 때문에 전무이사는 매번 승부조작과 관련해 드러나지 않는 배후로 지목돼 구설수에 휘말려 왔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은 태권도인들로부터 전무이사는 물론 집행부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빌미가 됐다. 전무이사가 직접 위촉한 심판들이라 이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강한징계는커녕 오히려 역성들기로 일관해왔다.

일선지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온통 억울하다는데 이를 애써 외면하려 했던 적도 많다. 물론 모두 승부조작과 관련된 사건으로 인해 퇴출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사이에 무려 7명의 전무이사가 바뀌었다. 대부분 문제의 발단은 심판판정과 관련된 것이었고 이 상처가 커지고 곪아 결국 전무이사 퇴출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우려는 많은 부분 사라지게 됐다. 전무이사가 상임심판 선발과 대회에 파견할 심판위촉을 기술전문위원회 의장단과 심판분과에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심판판정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심판은 물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관계자들까지도 처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심판분과에 심판운영권을 독립시켜 줌으로써 심판분과 위원장이 심판들을 관리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임심판들은 심판에 선발되기 위해 온갖 줄을 대고 로비를 벌여왔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방법으로는 상임심판에 선발되기 어렵게 됐다. 공정한 판정만이 상임심판으로 선발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해까지 상임심판으로 활동했지만 올해 선발에 탈락한 20여명이 이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상임심판선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예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선발 기준점도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심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 상임심판에서 영원히 탈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게다가 구체적인 선발기준점이 없는 상황에서의 탈락이다. 문제가 있어서 탈락했다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올해 활동한 심판들이 내년 선발과정에서 탈락하게 될 심판들이야말로 문제다.

KTA는 이번 상임심판 선발에 탈락한 심판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상임심판선발위회' 구성은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호탄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놓고 반발하는 심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심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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