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원 태권도단이 창단된 지 10년. 지난 1997년 1월 27일 삼성물산 태권도단으로 공식 창단한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2개를 획득하며 ‘최강 태권도단’의 입지를 구축했다.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이 국내외에서 명성을 크게 떨치며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연간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붓는 기업의 전 폭적인 지원과 함께 ‘코트의 여우’ 김세혁 감독(53)의 철저한 준비가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경기의 최고 전력가로 손꼽히고 있는 그는 1997년부터 10년 동안 삼성에스원 태권도 단의 사령탑을 맡아 큰 부침(浮沈)이 없이 탄탄하게 태권도단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을 지난 20일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만나 그의 태권도 인생관과 지난날의 추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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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혁 감독. |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의 전신(前身)은 삼성물산입니다. 창단 당시의 배경과 과정이 궁금한데요.
△1997년 1월 6일 창단 발표를 하고, 1월 27일 신라호텔에서 공식 창단식을 가졌습니다. 태권도단이 창단하게 된 배경은 당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사였던 삼성물산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태권도실업팀 창단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대회에 참가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와 경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국내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는 대통령기대회 남자일반부를 7연패하고 ,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때는 아무래도 시드니올림픽과 아테네올림픽에서 각각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었습니다. 한 종목에서 한 팀이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 현재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다른 실업팀은 남자와 여자 중 하나만 운영하지만, 우리는 남녀 2개팀을 운영합니다. 남녀 선수는 모두 16명이고,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입니다. 코치는 김용수, 박만성 등 2명이고, 1명이 프런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이 태권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 입니다.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은 실업팀다운 실업팀의 시대를 열고 앞길을 개척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그 후 한국가스공사 태권도단을 비롯해 군청과 시청팀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실업팀이 많이 창단돼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의 진로를 넓혀주고, 선수로 뛸 수 있는 기간을 연장시켜줬습니다. 이제는 체력관리만 잘 하면 30세까지 도 선수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으로 인해 선수들의 주가가 상승해 시청과 군청의 실업팀 선수들의 복지와 급여 수준이 향상되었습니다.
-주위에서 김 감독을 가리켜 ‘코트의 여우’라고 합니다. 이런 별칭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개인적으로 나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경기 전에 상대 선수를 이기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략과 전술을 미리 짜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경기를 하기 전에는 선수와 코치의 호흡이 일치해야 합니다. 저는 잔꾀를 부리는 게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비를 합니다. 아마도 이런 것을 주위에서 좋게 봐주는 것 같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아울러 대승적인 차원에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남녀 각 1개, 통틀어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45일 동안 동계 강화훈련을 실시했고, 한국대표선발전을 위한 준비를 모두 끝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체급을 선정해야 하지만, 시드니와 아테네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2개의 금메달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올림픽에 출전할 체급이 선정되고, 한국대표선발전이 시작되면 각 팀이 치열하게 경쟁을 할 것입니다. 선발전 결과에 따라 올림픽에 출전할 각 팀의 선수가 최종 선정되면, 시기와 질투를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용기를 주고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후배 지도자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요.
△말로 하는 ‘구술 지도’보다는 선수들과 부대끼며 가르치는 ‘촉각 지도’가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지도자보다는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하는 지도자가 많아야 합니다. 나는 지난 수년 동안 국내외 우수 선수를 파악하고 각종 대회를 분석하며 앞날을 대비해 왔습니다.
또 선수들을 부리는 지도자보다는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 선수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줘야 합니다 . 그리고 훈련 계획을 1-2-3단계 등 체계적으로 짜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을 텐데, 언제까지 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것입니까?
△경기장에 ‘젊은 지도자’만 있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회사가 원하고 선수들이 원하면 오랫동안 현장 지도자로 남고 싶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60살이 되겠군요.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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