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세계태권도연맹(WTF) 신임 사무총장에 양진석 캘리포니아주 코테마데라시 시의원이 선임됐다.

WTF 사무처 직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봉합하지 못하고 내부조직 장악 실패라는 멍에를 뒤집어쓰고 중도 사퇴한 문동후 전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는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 신임 사무총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양 신임 총장은 다음 주 초 귀국하는 대로 후속인사를 단행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사무총장 수락의사를 밝힌 만큼 WTF 핵심간부들과 유·무선을 통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WTF 화합은 세계 태권도 발전과 미래비전을 위해 풀어내야할 핵심 과제다. 이 핵심 과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사무총장이 중도 퇴진하는 선을 넘어 WTF 자체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정원 총재 체제 출범 후 갈수록 직원들 간의 갈등은 심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심판 부정비리 사태가 수면위로 떠올라 사법부와 세계의 언론들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로 인해 WTF와 태권도의 이미지는 실추되고 말았다. WTF와 태권도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WTF 전자호구 도입은 IOC와 국제스포츠계의 관심사다. 때문에 2008년 북경올림픽에 전자호구를 착용해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경기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경기규칙을 적용할 경우 전자호구 도입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공인업체와 유기적인 협의를 통해 당장 오는 5월 북경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부터 착용해 대회를 치르기 위한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조 총재가 공약한 WTF 본부 신축과 태권도사관학교 개교는 태권도인들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진척사항을 전혀 모르는 태권도인들은 조 총재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발표하고, 추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즉흥적인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양 신임 총장은 이러한 태권도계의 여론을 정확하게 수렴해, 조 총재 공약사항을 재점검하고, 태권도인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시켜줘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무처 직원들 간의 갈등은 WTF 업무의 효율성을 극도로 떨어트린다. 사무처 직원들 간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김운용 전 총재와 현 조정원 총재 세력들 간의 반목으로 인해 비롯되고 있다. 경희대 출신의 양 신임 사무총장이 가장 객관적인 잣대로 WTF 발전을 위해 명확한 심판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양 신임 총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태권도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다. 현재 국·내외 태권도인들은 양 신임 총장에 대한 평가를 아끼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계의 인내는 결코 길지가 않다. 단 한 번의 실수가 태권도계의 냉철함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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