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드 인 코리아 

그때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했다. 쳐 박힌 내 차를 보더니 저 차 운전자는 어디 갔냐고 묻는다. 나라고 했더니 부서진 내 차와 나를 번갈아 본다.

차가 박살 난 상태로 보아 운전자가 제 발로 걸어나왔다고 보긴 힘들다고 판단을 했나보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Made in Korea!"

구조대원이 나를 검진했다. 우선 외상은 심각한 게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자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타면 돈이다. 구급차 사용료며 병원비가 살인적으로 청구된다. 안 간다고 우겼다. 털털 뛰어도 보였다. 정말 괜찮겠냐고 묻는다. 구조대원들이 그러면 본인이 명확한 의식상태에서 구급차 타기를 거부했다는 싸인을 해달란다. 해줬다. 그랬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너 진짜 튼튼한가 보다"하고 말한다. 난 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Made in Korea!"

그 길로 국위 선양(?)한 Made in Korea 제품은 집에 실려가 누운 채 사흘을 밥도 못 먹고 돌아눕지도 못하며 극심한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온몸이 저리고 너무 아팠다. 이렇게 되니 첫 번째 문제가 일을 못나가 벌이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한 주 벌어 한 주 먹는 주급 생활을 하던 터라 저축해 둔 돈도 없고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내고. 한 주를 쉬면 당장 아파트 세가 밥보다 문제였다. 희망이 다 사라지는 것 같고 내일에 대한 대책이 없어 한숨만 짓고 있었다. 깨끗하게 단번에 죽기라도 하면 다행이겠는데 누워서 서서히 굶어죽는 이상한 꼴을 겪어야 하나 하는 절망감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었다. 하필 나도, 사고 낸 당사자도 보험이 없었기에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지금은 법률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정해졌지만 그때 테네시는 보험 없이 차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 경비원 - 청소부에게 배우는 호신술 

그 친구가 주선해 주어서 백화점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태권도 시범을 요청 받았다. 우리 한글학교 아이들과 백화점 한 복판 무대에서 조명 받으며 폼 나게 시범을 했다. 그 친구도 정복 차림에 나와 그간 배운 호신술 시범을 보였다. 다른 경비원들이며 상인들이 놀란

눈치였다. 언제 저런 것을 배웠을까 하고. 내가 깬 돌을 주워 들곤 동료들에게 우리 사범은 진짜 동양에서 왔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 친구는 나중에 자신감이 생겨 항상 바라던 교도관으로 지원했는데 합격을 했다. 더 높은 연봉에 좋은 자리이지만 가끔 위험한 일이 생겨 호신술은 필수인 자리였다. 백화점 경비원에서 당당한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니 태권도 덕을 본 친구였다.

<자세한 내용은 2월 26일날 확인하시거나 태권도 신문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이정규 사범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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