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태권도 무(無)단도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엉터리 법에 대한 태권도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약 2년 만에 태권도 지도자 자격요건이 제자리를 찾았다. 다만 국기원 사범지도자 자격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월 8일 국기원서 열린 체육지도자 자격요건 제한폐지에 따른 대책회의 장면.

지난 2014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지도자의 세계 경쟁력 강화 및 진입장벽 해소를 통한 규제 개선을 명목으로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했다.

개정에 따라 기존 체육지도자 자격요건 중 ‘4단 이상 및 사범자격증 보유자’ 자격 요건이 폐지되면서 국내외 태권도인들의 비난과 원성을 불러 일으켰다.

자격요건 폐지로 인해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체육지도자 1차 필기검정에 지원이 가능해졌고, 필기에서 합격기준(7과목 중 선택 5과목, 평균 60점, 과락 40점 미만)을 넘게 되면 2차 검정 기관으로 지정된 국기원에서 구술, 실시 테스트를 받았다.

이때, 국기원은 1차 필기검정 합격자 중 ‘국기원 사범지도자’ 또는 ‘전국대회 입상자’에 한해서 실기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핵심은 1차 필기검정 합격자는 국기원서 구술 혹은 구술, 실기시험을 치렀다는 것이고, 2차 합격자는 다시 지정된 각 지역 연수기관에서 ‘평가 없이’ 정해진 시간만 이수하면 되는 이론, 실기 연수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해 체육지도자 검정서 태권도 지도자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저단자(3단) 한명이 최종 합격된 것이다.

물론 지난해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문제될 부분은 전혀 없다. 진입장벽이 무너지면서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체육지도자 검정에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범지도자 자격증과 전국대회 입상경력을 지닌 4단 이상 보유자도 상당수 낙마한 체육지도자 검정에서 저단자(3단)가 수련생을 지도하는 체육지도자에 합격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 가지 씁쓸한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최근 ‘업무 추진력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평가받고 있는 오현득 행정부원장은 “김종 2차관님은 태권도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다. ‘예수님’정도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예수님’ 설과 함께 자격요건 원상회복을 강력히(?) 추진했다.

또한, 국기원은 그동안 보도자료를 통해 엉터리 법 개정을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항변한 바 있다. 그리고 전 종목 중 유일하게 태권도 종목 2차 검정기관으로 지정받아 직접 실기, 구술 면접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국기원 사범지도자 교육 장면.

그러나 결과는 저단자 ‘3단’ 합격.

아무리 혜택을 보았다 하더라도 어쨌든 국기원에서 구술 평가를, 어쩌면 구술과 실기 평가도 받아 합격 도장을 받은 것이다.

저단자도 실력으로만 놓고 평가 받아 합격 도장을 받을 수 있다면 국기원이 전 종목을 통틀어 유일하게 체육지도자 2차 검정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국기원의 반응.

국기원 연수처 담당직원은 “개정된 법 때문에 문제는 없다. 그리고 국기원은 2차 검정기관일 뿐이다. 2차 검정 이후 지역 연수기관에서 이론 및 현장연수를 거쳐 합격도장을 받을 수 있다”며 책임을 지역 연수기관에 떠넘겼다.

이와 관련, 2차 검정(국기원)에서 합격한 응시생은 각 지역 연수기관에서 평가 없이 진행되는 이론 연수에 참가하게 된다. 관리 감독 기관의 평가도 없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면서 개인적인 일상을 즐기고, 연수 내내 수면을 취하는 응시생도 있었다.

결국, 체육지도자 합격의 절대적 키(Key)는 국기원이 쥐고 있는 것이다.

추진력 좋기로 소문난(?) 오현득 행정부원장의 ‘예수님’ 설과 국기원의 항변은 결국 저단자 합격으로 인해 모두 ‘헛발질’의 역사로 남게 되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4단 이상 및 사범자격증 보유자’만이 응시자격 요건에 해당되었던 2014년에도 ‘3단’ 한명이 체육지도자에 합격한 사실도 있다.

이와 관련, 국기원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 자리서 “빠른 시일 내에 확인하겠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3단’이 체육지도자에 합격했는지, 혜택이 있었는지도 확인해보겠다”라고 답했으나, 추가 취재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국기원은 법 개정(공표) 전 체육지도자 검정 접수가 끝났기 때문에 무(無)단에서 고단자에 이르는 응시생들을 직접 평가한다.

엉터리 법을 통한 저단자들의 마지막 지도자 자격 취득 기회를 누군가가 또 기회를 잡고 혜택을 받을지 지켜 볼 일이다.

국기원이 체육지도자 자격요건 원상회복까지 큰 역할을 한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2차 검정기관으로서 취지에 맞는 중간 역할과 함께 태권도 지도자를 양성하는 기관으로서의 바람직한 행정 업무를 기대해본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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