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용 품새 ‘비각(飛脚)’, 마닐라서 첫 시연

경기용 품새 ‘비각(飛脚)’이 아시아태권도연맹(ATU) 총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개회식서 공개되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태권도 내 이벤트 종목으로 기존 겨루기와 함께 품새의 포함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비각이 기존 공인품새와 함께 1+1 형태로 채택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시아선수권서 선보여진 비각 1 개인 시연 장면.

비각이 처음 선보여진 것은 지난 17일(현지시각) ATU 총회장. 이어 18일 제22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서도 시연되었다.

비각이 ATU서 처음 공개된 까닭은 경기용 품새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시급한 곳이 바로 ATU기 때문.

현재 ATU를 중심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F),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KTA) 등 태권도계가 품새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태권도 내 이벤트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관건은 이미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는 가라데와 우슈의 이벤트 종목인 가타, 그리고 투로와의 경쟁력. 가라테 가타와 우슈 투로는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한다.

태권도는 가라데, 우슈와 비교해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겨루기만 포함되어 있어 품새 채택에 대한 목소리가 전부터 높았다. 더불어 공인품새에 대한 변별력의 취약성 역시 경기용 품새 개발의 동력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현재의 공인 품새가 가타나 투로에 비해 경기화 측면에서 열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결국 비각의 개발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품새 채택은 향후 태권도 품새의 경기화 및 세계화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이다.

과거 국기원, WTF, 그리고 KTA를 중심으로 경기용 품새 ‘비각’과 ‘한류’가 만들어졌으나 상용화되지 못했고,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1년 여 앞두고 ATU와 국기원, WTF의 공조를 통해 나온 성과물이 이번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서 공개된 것이다.

초보자용 비각 구별, 경기용으로 만들어진 비각 1, 2, 3 중 이번에 공개된 것은 비각 1과 2. 비각 3은 자유 품새에 가깝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각 1과 2는 총회서, 개회식서는 비각 1만 선보여졌다. 공개된 비각 품새에 대한 현장 반응은 현재까지는 유보적이다.

60개 동작으로 이루어진 비각 1과 51개 동작으로 구성된 비각 2.

특징은 기존 공인품새에 비해 발차기 기술이 약 30%에서 50%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기존 품새 발차기뿐만 아니라 겨루기 발차기, 시범 발차기가 포합되었으며, 비각 2의 경우 540도 뒤후리기 발차기도 구성되어 있다.

난이도는 기존 공인 품새에 비해 발차기가 늘어나면서 높아졌고, 겨루기 및 시범 선수들도 품새 경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느린 속도로 균형을 유지하는 앞차기와 옆차기가 포함되어 있고, 방향 전환 횟수가 많아졌으며, 전체적으로 속도가 빨라졌다.

전체적으로 기존 공인품새와 비교해 고난이도가 되었지만 파격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현장에서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유보적이었지만 완급이 부족하며, 힘과 기술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제기되었다.

또한, 가타와 투로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었다면 보다 고난이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음악을 틀고 경쾌하고 화려하게 구성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창헌류 품새 활용에 대한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비각 1 혼성 시연 장면.

물론, 이번에 공개된 ‘비각’ 품새가 최종 완성형은 아니다.

ATU는 공개된 ‘비각’ 품새에 대해 아시아 각국협회의 의견을 취합해 더 발전된 형태로 만들 입장이며, 오는 9월 이후 이에 대한 발표 및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경기용 품새 ‘비각’이 품새 경기의 고도화 및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