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73kg급, 이다빈(한국체대)이 패자결승전을 뚫고 최종결승전으로 올라와 다시 이인종(서울시청)과 맞섰다.

최종결승전을 앞두고 대기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이인종(오른쪽)과 이다빈.

승자 결승전서 번번이 이인종에게 공격 타이밍을 빼앗겨 약이 바짝 오른 이다빈은 최종결승전서 젊음과 체력을 앞세워 35살 언니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최종선발전을 얼마 앞두고 다친 오른 발목이 이인종의 발목을 잡았다.

이인종이 주먹 득점으로 선취했지만 이다빈이 머리 공격과 몸통 돌려차기로 역전, 3회전 이인종의 팔을 타고 튀어 오른 이다빈의 뒷차기 몸통공격이 머리로 향하며 점수를 벌려 재결승에 돌입했다.

승부는 원점.

아직은 코트에 서고 싶은 이인종의 투혼과 거친 패기를 앞세워 절대 질 수 없는 이다빈의 독기가 재결승전서 불꽃을 튀겼다.

1회전 커트발로 경고가 누적되며 받은 감점은 이인종에게 뼈아팠다. 바로 전 경기만 해도 같은 종류의 커트발에 경고를 주지 않았는데 석연치 않았다.

그러나 이인종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다친 오른발이 자신도 모르게 이다빈의 몸통으로 전광석화처럼 뻗어나갔고, 주먹과 발이 오가는 3회전이 5대 5로 끝나며 골든포인트 싸움으로 승부가 몰렸다.

14살의 나이 차이는 이미 의미가 없었다. 객관적으로 체력에서 밀리는 이인종이 열세였지만 이다빈 역시 최종결승전 첫 경기서 너무 많은 발을 찼다. 두 선수 모두 체력은 바닥났다.

골든포인트 격렬한 난투에 관중석에서는 탄성과 탄식이 교차했고, 전광판에 강도는 표출됐지만 야속하게도 0은 1로 바뀌지 않았다.

승부는 종료 4초전 갈렸다. 이인종의 마지막 오른발 뒤차기에 이다빈이 틈을 놓치지 않고 왼발 돌려차기를 꽂았다.

랭킹제도가 도입된 첫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첫날, 아시아선수권에 태극마크를 달 선수를 가리는 이날 가장 열정 터지고, 경기장의 이목을 끈 이 경기서 승자는 독기로 몸을 적신 이다빈이었다.

그러나 가장 심장을 뜨겁게 달군 선수는 바로 이인종이었다.

2011년, 스무살 앳된 표정으로 첫 세계선수권서 쓰디쓴 패배를 맛본 인교돈(한국가스공사).

악성림프암을 극복하고 지난해 남자 –87kg급 국내 전경기 우승으로 절정의 기량을 다시 꽃피운 인교돈에게 이번 최종선발전 가장 큰 벽은 +87kg급과의 체급통합.

'3회전이 마법사' 인교돈(오른쪽)의 최종결승전 장면.

‘3회전의 마법사’라는 별명, 탐색전을 마친 후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득점을 뽑아내는 인교돈의 요술발이 +87kg급 선수들과의 격전에서도 통할지 약속된 코트가 아니었다.

골리앗 동아대 박윤근, 비록 올림픽 출전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남자 헤비급의 가능성을 지난해 그랑프리무대 금메달로 증명한 삼성에스원 조철호, 평소에는 수줍은 듯 보이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짐승’으로 돌변하는 강화군청 박현준.
 
최종결승전 상대는 박현준으로 결정되었다.

승자결승전서 골든포인트 끝에 가까스로 승리한 후 다시 박현준을 최종결승전서 맞은 인교돈의 마법은 2회전 막을 올렸다.

2회전 머리공격의 타이밍을 잡아내자마자 특유의 단타 공격으로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머리점수를 표출시켰고, 3회전 점수차승의 마지막 일격 역시 왼발 머리공격으로 종지부를 찍으며 중량급 통합체급 정상을 거머쥐었다.

이제 인교돈에게 남은 것은 세계무대. 아시아선수권을 시작으로 ‘3회전의 마법’이 세계무대서도 통할지 시험무대에 서게 되었다.

지난 2014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서 12초 만에 인상적인 뒤후리기 KO승을 거두며 한국의 약체 체급인 남자 –80kg급을 부활시킬 기대주로 손꼽혔던 변길영의 상승세는 눈부셨다.

첫 시니어 태극마크를 차지한 부산 싸나이 변길영.

지난해에는 최우수대회 3위를 제외하고 출전한 모든 대회를 석권했으며, 특히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멕시코시티 해외전지훈련 기간 중 그랑프리파이널 참관 후 ‘지금 당장 붙어도 해볼 만 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최종결승전서 변길영의 자신감은 허세가 아님이 여실이 증명되었다.

이 체급 대학부 국내랭킹 1위 경희대 김현승을 맞아 펼친 최종결승전은 코트를 장악한 변길영의 독무대였다.

변길영은 1회전부터 주먹공격, 몸통돌려차기를 성공시키며 4대 1로 앞서 나갔고, 2회전서 뒤차기와 돌개차기 공격으로 경기를 주도해갔다. 3회전에서도 얼굴 득점과 회전공격으로 김현승을 압도했고, 뒤차기 몸통 공격을 끝으로 3회전 31초를 남겨두고 점수차승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특히,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인 후 상대의 공격은 허무하게 무위로 돌려버리며 힘을 빼버리는  변길영 특유의 완급은 그동안 국내 경기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제주 한라체육관서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열린 아시아선수권 파견 ‘2016 국가대표 최종선발대회’. 심장을 두들기고 뜨겁게 달군 그들은 바로 이인종, 인교돈, 변길영이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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