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06 아시아경기대회 태권도 종목을 현장에서 해설한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와 정국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문대성 동아대학교 교수가 주목을 끌었다. 안 교수는 안정성, 정 교수는 정확성, 문 교수는 대중성에서 돋보였다는 평가다.

● 안용규 교수(MBC 해설위원)=중후한 목소리로 안정감이 있게 해설을 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때를 제외하곤 좀처럼 흥분을 하지 않았고, 차분한 말솜씨를 선보였다. 따라서 젊은층보다는 중년의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자풍의 냄새가 나 생동감이 다소 부족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안 교수는 대체로 한국 선수들의 경기 운영을 칭찬했다. 여자 51Kg급 결승전에서 권은경 선수가 3회전 중반부터 다소 밀리는 경기를 하자 “뒤로 빠지지 말고 좌우로 돌아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경기에 대해선 “경기 운영을 잘해 금메달을 땄다” “정말 장하다” “훌륭하다”며 선전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칭찬했다.

한편 12일 입국한 안 교수는 <무토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예상외로 한국선수들이 경기를 잘 뛰었다”며 “5심제 도입에 따라 득점인정 강도가 높아져 과거와 같이 5-6점 차이는 기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 정국현 교수(KBS 해설위원)=정 교수는 카타르 도하로 떠나기 전 기자에게 “전문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안배한 해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성에 비중을 두면 일반인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대중성에 비중을 두면 태권도인들의 기호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것을 오랜 해설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교수는 도하에서 돌아온 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는 한국 선수들의 소극적인 경기운영과 심판들의 부정확한 판정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에 실망한 듯한 말을 자주 했다. 여자 57Kg급에서 이성혜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안 교수는 ‘깔끔하게 경기를 했다“고 칭찬했지만, 정 교수는 “(3-0으로 이기고 있으면) 이젠 태권도 종주국 선수답게 큰 기술을 구사하게 한다”며 따끔하게 충고했다.

한편 정확하게 경기 용어 사용하고 명쾌하게 경기 흐름을 짚어내서인지 정 교수는 최근 <무토미디어>가 ‘아시아경기대회 태권도 해설 중 누가 가장 돋보였나’라는 설문조사에서 1위를 했다.

● 문대성 교수(SBS 해설위원)=문 교수는 재치있고 현장감이 있는 해설과 직설적인 화법이 돋보였다.

문 교수는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의 기술과 특징을 잘 안다. 시청자 여러분들은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된다”며 자신의 해설을 과신(?)하기도 했고, 김학환 선수가 헤비급 결승에서 이라크 선수가 김 선수의 허벅지를 수차례 가격해 나뒹굴자 “왜 경고를 안 주느냐. 퇴장시켜야 한다”며 흥분한 뒤 손범규 캐스터가 “이란 선수가 자꾸 김학환 선수의 허벅지를 밟듯이 반칙 공격을 하는데 설마 연습 중에서도 저런 걸 연마하진 않겠죠”라며 말하자 “잘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라며 고의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 언론은 문대성 교수의 해설에 대해 “시청자의 귀가 마비 혹은 매료될 만한 한 방(?) 있는 적시적지 언어구사 능력을 보여줬다. 전문적인 시각은 물론 위트 있는 멘트로 신세대 해설가다운 ‘끼’를 보여준 셈”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해설 도중 흥분을 절제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모션’, ‘퍼펙트’라는 영어를 빈번하게 사용한 것은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문 교수 입장에서는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해설이 앞으로 태권도 경기를 해설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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