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9개를 획득하고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 한국이 종합 순위 2위를 하는데 기여하며 아시아경기대회 5회 연속 종합우승을 하는 등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 TV 시청자들, 환호 대신 비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를 통해 태권도 경기를 지켜본 국내 일반인들의 시선은 냉랭하고 싸늘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내용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TV로 태권도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공격을 해서 점수를 따는 건지 알 수 없다” “공격은 안 하고 개구리처럼 제자리 뛰기만 한다” “저렇게 재미없게 경기를 하니까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시킨다는 말이 나오지”라며 박수와 환호대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재미가 없다며 아예 TV 채널을 돌려버리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국내 언론들도 ‘잘 하고 욕먹는 태권도’(노컷뉴스), ‘재미없는 태권도, 종주국 팬도 실망’(쿠키뉴스)이라는 제목을 달아 태권도 경기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과 태권도 관련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내기 보다는 재미없는 태권도 경기를 비난하는 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네티즌 A는 "진짜 한 라운드에 발차기 한번 하는 게 무슨 경기야"라며 지루한 경기에 대해 비판을 가했고, 네티즌 B는 “태권도 보는데 정말 재미없고,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또 네티즌 C는 "진짜 아시안게임 종목 중 가장 재미없는 것 같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경기규칙으로는 퇴출 영순위"라며 경기규칙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 외면받은 태권도, 그 대안은? 

태권도가 이처럼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도 한국 선수들이 받아차기로 득점을 한 후,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자 많은 국내 시청자들이 실망을 했다. 그나마 문대성 선수의 화려한 뒤후려차기가 위안을 줬지만, 태권도 경기를 혁신시켜야 한다는 여론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여론에 따라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흥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도이다. 

조정원 WTF 총재는 지난 2월 한양대 초청 특강에서 “경기개선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4월 초에 열어 흥미로운 태권도 경기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말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만약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제기되면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과연 세계태권도연맹이 재미있는 경기, 공정한 판정을 위해 어떤 대안을 내 놓을 지 주목된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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