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6시경 인천공항.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9개의 금메달 획득으로 한국이 종합성적에서 2위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한국태권도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박경훈이 아버지의 격려로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참으려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들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환송 나온 가족들, 소속 팀 동료들을 보자 이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 환한 웃음들 속에 가려져 있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바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이었다.

84㎏급 결승전에서 요세프 카라미(이란)에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박경훈(23․한국가스공사)은 대회를 회상하듯 아버지를 보자마자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복받치는 설움을 토해내듯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등을 어루만지며 따뜻하게 격려하자 박경훈의 눈물은 그쳤지만 눈가에 드리워진 눈물 자욱을 보더라도 은메달에 만족해야했던 안타까움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 했다.

이번 대표선수들 중 막내이자 유일한 고등학생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진채린(19․리라컴고)은 흰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자 63㎏급 8강전에서 프렘와에브 송나파스(태국)에게 일격을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진채린의 마음은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더욱 뼈아팠다. 특히 12명의 선수들 중 혼자만 메달이 없었던 것도 진채린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김성배 리라컴고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진채린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을 찾아보기란 정말 힘들었다.

여자 72㎏급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뤄웨이(중국)에게 준결승에서 안타깝게 패해 동메달을 획득한 이인종(25,삼성에스원)은 비교적 밝은 모습이었지만 아쉬운 마음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게다가 ‘태권도 재미없다’는 국내 일부 언론들의 보도를 카타르 현지에서 인터넷을 통해 접한 탓인지 가뜩이나 착잡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선수들에게 금메달이라는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아픔은 더욱 컸으리라 짐작된다.

대표팀은 간단히 기념촬영을 마치고 다음 비행편으로 뒤늦게 도착한 임춘길 전무이사 등 대한태권도협회(KTA) 관계자들을 만난 뒤 태릉선수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권도는 한국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선사하는 효자 종목이며, 일반 대중들도 한국의 태권도 선수들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을 당연하듯이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해외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한국을 경계하는 모습들로 인해 태권도가 곧 한국의 금메달이라는 공식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비록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일지라도 이번 대회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징크스가 아닌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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