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와 국제태권도연맹(ITF)는 지난달 24일 중국 북경 스위스호텔에서 실무회담을 갖고 행정·기술통합 논의를 위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은 양 기구의 부총재급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기술위원장을 포함한 5명이내의 실무위원을 두기로 했다.

양 기구 실무자간의 이렇게 합의된 내용은 공식합의서로 작성되어 현재 아시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WTF 조정원 총재와 ITF 장웅 총재가 만나 합의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양측이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술에 이어 행정통합까지 논의키로 한 것은 기술통합 논의에 국한됐던 것에서 상당부분 진전된 것이다.

WTF와 ITF 통합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은 물론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서도 큰 관심사다. 때문에 IOC 자크 로게 위원장이 양 기구의 통합을 권고하는 의미로 조 총재와 장 총재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조 총재로서도 자크 로게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만남까지 주선하는 등 양 기구의 통합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게다가 올림픽정식종목 결정을 4년마다 IOC위원들의 투표로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IOC와 현직 IOC 위원인 장웅 ITF 총재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올림픽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압박감때문에 ‘태권도통합조정위회’ 구성 합의를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은 물론 행정통합까지 뭉뚱그려 논의하기 위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 합의 서명은 태권도 올림픽 잔류라는 명분으로도 WTF 소속 국가협회와 회원들을 설득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우선 양 기구통합을 위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 이전에 WTF가 소속 국가협회와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 등 공식적인 내부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째는 현재 ITF는 세 갈래로 찢어져 서로가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장웅 IOC위원이 이끄는 ITF와 통합논의가 이루어질 경우 또 다른 ITF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1대1 통합논의가 아닌 흡수통합 논의를 위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이 적합하다.

또 장웅 IOC위원이 이끄는 ITF가 북한 태권도인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국제기구라고 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왜소하다.

즉 WTF가 마주앉아 협상하기에는 격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북한 태권도 통합을 위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로 그 성격을 변화시키고 남·북한 태권도인들이 만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는 김운용 전 총재 시절부터 ITF 장웅 총재는 WTF에 양 기구 통합을 위한 논의를 갖자는 제안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나 김 전 총재는 적당한 명분을 내세워 장 총재의 제안을 거절하고 남·북 태권도 통합으로 유도해냈다.

이전에도 충분히 양 기구 통합을 위한 위원회 구성은 물론 깊숙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여건이 충분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통합논의를 거부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 합의 서명이 올림픽 퇴출을 막기 위한 하나의 타협점이라면 과연 WTF 소속 국가협회와 회원들이 희망하는 해결의 방향일까.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 합의 서명의 딜레마다.

WTF의 협상능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상당한 수준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ITF 실무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협상력 준비가 되어 있을까.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구성 합의 서명에 앞서 WTF 조 총재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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