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경기 자동출전권이 걸린 빅 이벤트, 2015 월드태권도그랑프리파이널 대표자회의(현지시각 3일)서 대도 전자호구가 기존의 것이 아닌, 대도 측 설명에 따르면 ‘완전히 다른’ 호구를 사용하기로 일방적 통보가 전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각) 열린 대표자회의 장면.

현장에서는 올림픽 자동출전권이 걸린 최종전에서 갑자기 전자호구의 특징이 바뀐 것을 두고 세계태권도연맹(WTF)의 PSS(Protector Scoring System) 정책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았다.

이미 기존의 대도 전자호구로 주요 국제대회들을 치러오며 랭킹포인트를 쌓았는데 갑자기 파이널에서 ‘완전히 다른’ 전자호구로 바뀌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리우올림픽에서 사용 예정인 대도 전자호구는 무엇이 달라졌으며, 왜 바꾸었을까?

대도 측 설명에 따르면 “런던올림픽 후 득점이 잘 나오지 않아 호구 센서 배열방식을 수정하였고... 그 후 견제발 등 밀어차기, 몽키킥 등이 득점으로 나타났고...WTF 룰로 제재하려 했지만...연맹에서 이러한 점들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마침 대도의 개발 방향과 거의 동일해 최종 개발 ‘GEN2'를 개발했다. 호구 안 E.V.A 스폰지폼을 더 좋은 재질로 교환하고...센서를 스폰지폼안에 심고...특수재질을 한 겹 더 추가했으며...마그네틱 센서를 기존 1채널에서 2채널로 제작하여 타격미스를 최소화했다. 연맹의 승인으로 11월 28일부터 이틀간 모로코 오픈에서 사용하였고...이번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사용하는 것이 실전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판단...당장 결과는 안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고 관중이 이해, 호응하는 태권도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책정되지 않았으며 1월 중 생산 공급할 예정이다. 올림픽 및 WTF G1 대회 이상에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즉, 대도 전자호구가 그동안 몸통 점수와 관련해 갖가지 문제가 있었고, 근본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지만 재료와 센서 삽입방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WTF는 스치거나 비비는 발이 득점으로 나오지 않고, 강도 호구라는 점과 근접식 호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관중이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 그랑프리시리즈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 대회서는 또 다른 전자호구 공인업체인 아디다스-KP&P 전자호구가 사용되었다.

그런데, 전자호구에서 몸통 득점 표출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밀어차기와 비비는 발에 의한 득점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대도 전자호구 오류 중 하나인 한 번 공격에 2점이 나오는 경우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3코트 모두에서 득점 전광판이 0대 0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많았다. 정통파 테크니션으로 통하는 아론 쿡 정도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몸통 득점이 여간해서 표출되지 않았다.

아디다스-KP&P 측은 대회 전 하드웨어의 차별성과 펌웨어의 설정을 통해 대도 전자호구와 비교될 것을 자신했고, 타격이 실린 정확한 앞돌려차기에 의한 득점 표출을 고집했다.

또한, 당장에는 점수가 나오지 않지만 선수들이 적응하기 시작하면 보다 나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대도 측의 현재 논리와 똑같다.

그러나 WTF는 TV로 중계되는 대회에서 몸통 득점이 표출되지 않자 재미가 없다며 아디다스-KP&P 측에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고, 결국 업체는 강도를 내렸다. 밀어차기를 포함해 몸통득점은 표출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태권도를 관중 및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느 때는 비비는 발, 스치는 발이라도 득점이 표출되어야 하고, 또 이제는 나오면 안되는 득점이 된 것이다.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한 이번 그랑프리파이널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밀어차기나 비비는 발, 스치는 발에 익숙해진 선수들의 몸통 공격은 거의 득점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물론 뒷발에 의한 타격이 실린 몸통 앞돌려차기도 거의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전광판은 0대 0인 경우가 허다했고, 여자선수들의 경우 대부분의 경기가 골든포인트로 향했으며 우세로 끝난 경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앞발 밀어차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란 선수들 역시 거의 몸통 득점을 뽑지 못했다.

여자 -57kg급 올림픽랭킹 1위 영국의 제이드 존스 역시 몸통 득점에서 고전하다 이집트의 헤다야 말라크에게 패했다.

아론 쿡이나 한국의 이대훈 정도가 몸통에서 득점을 뽑아내는 수준이었다.

대도가 새롭게 개발했다는 전자호구 'GEN2'

이와 관련, WTF 조정원 총재는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동안 비비는 발이나 스치는 발에 의한 득점 때문에 얼마나 태권도가 재미없었나. 이런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선수들은 더 다양한 득점을 연구하게 될 것이고 보다 재미있는 태권도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타격이 실린 앞돌려차기가 득점으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대훈은 경기를 뛴 후 “어영부영 차는 몸통 발차기는 득점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뒷발에 의한 몸통 앞돌려차기의 경우 어느 정도 힘을 실어야 득점으로 표출되는지 대회가 끝난 후 훈련과정에서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조정원 총재가 제시한 방향성이나 선수 이대훈의 말이나 모두 충분히 동의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 팀 역시 이번 대회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대도 전자호구가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WTF와 대도 측의 지금의 논리라면 처음부터 강도와 정확성이 우선되는 전자호구 정책을 선택했어야 하고, 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8개월 여 남겨둔 이 시점에서 새로운 전자호구 패러다임이 제시되었다는 선전이 무색하다.

멕시코시티=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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