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지난달 30일 주최한 ‘태권도 역사·정신 연구 세미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세미나에 참여했거나 지켜봤던 대다수 사람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발길을 돌렸다.

태권도 역사·정신 연구팀이 종합토론에서 토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구 국방대 교수, 나영일 서울대 교수, 이승환 고려대 교수, 안용규 한국체대 교수,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번 세미나는 1997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한 태권도 사관 정립과 태권도 정신 도출을 위한 세미나와 1999년 태권도신문이 주최한 태권도 역사·정신 정립을 위한 세미나를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혹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세미나의 의미와 가치를 뛰어 넘는 진전을 이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번 세미나는 전체적으로 짜임새와 깊이가 부족했다. 발제자와 토론자 선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토미디어>의 한 기자는 “일부 발제자와 토론자가 뒤바뀌었다”며 이것이 생산적인 토론을 저해했다고 꼬집었다. 기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특히 ‘태권도 前史로서 한국 전근대 徒手武藝의 전개’를 발표한 노영구 국방대학교 교수에 대해선 “이번 세미나의 기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표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군사무예를 연구하는 측면에서는 좋은 발표였을지 모르지만, 역사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큰 울림을 주진 못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주목을 끈 토론자는 구효송 영산대 교수였다. 만약 구 교수가 토론자로 나오지 않았다면 세미나는 더 ‘맥(脈)’이 빠졌을 것이다. 한 교수는 “태권도 정신부문 토론자로 나온 이창후 강사가 시간에 쫓겨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미나는 끝났다. 태권도인들은 “이런 세미나는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국기원 측은 더 이상 세미나를 주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토론자들에게 평가 자료를 받아, 그것을 기반으로 세미나 내용을 보완해 최종보고서를 만든다고 한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최상환 전임연구원, 고생 참 많았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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