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의 ‘2015년 국내 특별심사 응시 접수 공고’가 지난 23일 발표된 후 태권도계가 성토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도대체 특별심사가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 등에도 민원이 제기되어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국기원 입구.

도대체 어떤 특별심사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응시자격은 국내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기원 단증 보유자, 일선 태권도 지도자, 군인, 경찰, 정부기관, 학교 등 재직자 및 경력자. 그리고 태권도 유사단증 보유자이다.

태권도 유사단증 보유자에는 대한태권도협회(대한태수도협회) 단증, 국제태권도연맹(ITF), 각 관 단증(1972년 이전), 국가협회장 단증 보유자가 포함되어 있다.

응시의 범위는 1,2단 보유자의 경우 6단까지, 5단 이상 보유자의 경우 9단까지 등 최고 5단계까지 ‘월단’할 수 있다. 단, 각 응시 가능 단 별로 승단연령과 최초 단 승단일로부터 승단연한을 적용한다고 조건을 달아 놓았다.

제출서류는 신청서 및 사유서, 국기원 단증 사본 1부, 특별심사 관련 동의서, 그리고 태권도최고고단자회 회원 2명의 추천서이다.

서류를 접수하면 국기원 특별심사 심의위원회는 응시대상자를 심의 및 선정한다. 사유서 등을 근거로 응시대상자를 판별한다.

이렇게 응시대상자가 되면 국기원 연수원에서 시행하는 4박 5일의 연수과정을 거치게 되고, 국기원에서 집행하는 심사 및 고단자(6-9)단 심사에 응시하게 된다.

특별심사에 응시해 한 과목만 불합격했을 시에는 연이은 다음 차수 1회에 한해 불합격 과목만 재응시 할 수 있으며, 심사비는 면제된다. 두 과목 이상 또는 재응시 후 불합격했을 시에는 신규접수로 다시 응시할 수 있다. 응시가능 연한은 2017년 12월 31일 까지이다.

특별심사 응시범위.

심사비의 경우 5단에서 최고 9단으로 월단할 경우 90만원이며, 최저 4단에서 6단으로 월단할 경우 25만원이다.

기금은 1단에서 6단의 경우 최고 250만원이며, 4단에서 6단 등은 100만원이다.

국기원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특별심사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적 검토와 특별심사 심의위원회의를 통해 응시자격에서부터 심사방법, 절차, 비용에 이르기까지 세부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특별심사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리고 들끓고 있다.

우선 월단의 범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최고 5단계까지 월단할 수 있다. 공고에 따르면 1단을 보유한 사람이 6단까지 이번 특별심사를 통해 월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금과 관련된 부분이다.

최고 250만원을 낼 경우 1단에서 6단으로 월단할 수 있고, 200만원을 내면 5단에서 9단으로 월단할 수 있다.

SNS의 한 댓글을 인용하자면 ‘기금이란 어떠한 특별한 목적을 갖고 마련하는 것인데, 과연 무슨 목적을 위해 기금을 받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단증 장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중반 4단까지 취득한 사람이 여하한 사정에 따라 승단의 기회를 놓쳤고, 최근 수년 내에 5단으로 승단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사람이 만일 1962년 11월 20일 이전에 출생했다면, 그리고 최초 단 취득일로부터 9단까지의 승단연한을 따져 충족할 경우 9단 고단자 2명의 추천과 사유서, 그리고 심의위원회 선정을 통과해 특별심사 연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심사에 합격하면 9단이 될 수 있다.

특별심사 기금 내역.

국기원은 “국내 태권도인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2015년 국내 특별심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특별심사는 국기원의 태권도심사관리규정 제4조 1항 4호, 태권도심사운영규칙 제3조 1항 4호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심사를 의미한다. 그동안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제때 승단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태권도인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또한 태권도계의 위계질서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이러한 태권도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특별심사의 취지와 근거를 밝히고 있다.

또한 “국기원은 특별심사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특별심사가 포함된 2015년도 사업계획을 정기이사회에 상정, 심의 의결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들고 있다. 덧붙여 이와 관련 각 시도협회를 중심으로 특별심사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심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측에서는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제때 승단을 하지 못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또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특별심사가 기왕에 국기원 심사관리규정과 심사운영규칙에 있으니 실시한다 하더라도 월단의 범위를 비롯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별사면 공고의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국민대통합을 위한 8·15 특별사면을 실시’했다는 대목과 특별심사를 연결짓는 부분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명분은 경제살리기·사회통합이라지만 실제 매 특별사면마다 재벌가들에게 이뤄진 사면, 복권이 과연 국민들이 바라는 경제정의, 사회통합인지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결국 이번 특별심사 역시 국내 태권도계에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특별한 심사’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별심사의 실질적 수혜자는 따로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체육지도자 자격 검정 및 연수 과정이 올해 개편되면서 과거 태권도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응시 조건이 되었던 국기원 4단증과 사범자격증이 스포츠생활지도자사로 이름이 바뀌며 함께 폐지되었고, 이와 관련 단증과 사범의 위상 약화가 지적되는 마당에 이르러서는 이번 국기원의 특별심사 시행이 더욱 비판받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국기원 측은 “충분히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벌어지고 있는 등 이유를 불문하고 송구하고 죄송스럽다”고 전제한 뒤, “여러가지 사정, 특히 선수 출신으로 태권도 경기 발전에 노력하면서 제때에 승단을 하지 못해 선후배 관계가 혼란스러워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분들을 구제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원래 4단 이상으로 특별심사를 치르려 하다가 오히려 몇몇 사람들에게만 수혜가 될 수 있어 저단자도 풀게 되었는데, 실질적으로 1단에서 6단으로 월단을 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고단자회 2인의 추천 과정도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고, 또 여기서 걸러지지 않으면 심의위원회에서 다시 거르게 될 것이다. 일반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심위위원과의 친소관계도 없을 것이고, 제도권 사람들을 위한 특별심사도 아니다. 다만 부정적 여론이 높아 일선 도장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모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특별심사에 대해 철회나 보류를 결정한 바는 없지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여론도 있어 심의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특별심사와 관련한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공문이 29일 대한태권도협회와 시도협회, 그리고 고단자회 등으로 발송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규형 전 국기원장의 격파 장면.

이와 관련 국기원은 오는 30일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사회 안건으로 이 문제가 상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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